요즘 '불량육아'가 뜨면서 육아법 말이 많다. '책' 으로 하는 육아.
푸름이 닷컴 배려깊은 사랑에서 이어지는 책육아 불량육아, 그를 반대하는 안티푸름이닷컴 꼬마작가, 또 그와는 노선을 달리하는 칼비테의 가르침 카페 (칼다방) 나 뭐 그런 쪽까지.
무슨 주장을 하는지랑 서로서로 비판하고 그러는 포인트는 뭐, 내가 온갖 곳을 파헤치고 다녀서 충분히 알아 듣긴 했다.
그럼 '나는' 그 중에 어떤 입장을 지지하는가, 어느 쪽을 따를 것인가 하면,
... 어느 쪽도 아니라는 것. 어느 쪽이나 이해할만한 주장이 있고, 비판될만한 것도 있고.
나름 꼬마작가 후원자(?) 인데도 이런 발언을 하면 조금 섭섭하실까? 하는 맘도 있지만, 꼬마작가 노선도 전폭적으로 지지하진 않는다. 아, 후원금을 지원할 정도로는 지지한다.
1. 푸름이 닷컴쪽. 사실 난 배려깊은 사랑 책도 읽지 않았고 사이트 내용도 그리 많이 파진 않은데다 '안티' 쪽부터 파서 그닥 와닿진 않음. (내가 파기 시작한 타이밍이 이미 푸르밍 호황기를 지나서...) 그렇지만 '아이의 한계를 부모가 구분짓지 말고 되도록 많은 정보 (책 등등)를 제공해서 눈을 넓혀주자' 라는 데는 동의. 그렇지만 '책의 바다' 에 일부러 ' 빠뜨리자' 라는데는 반대. '글자를 빨리 깨쳐야 한다' 라는 데도 반대.
'내가' 자랄 땐 어땠나 보면, 한정적인 주변환경, 한정적인 정보 제공, 정보에 목마른데도 백과사전, 전집 한질 없던 상황이 답답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되도록 많은 걸 접하게 해 주고, 관심 있는 부분은 부모가 잘 캐치해서 심화시켜 주고, 그러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긴 하다. 그러나.. 책의 바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특히 칼다방에서) 비판했고 비판에 동의하므로 더 적진 않고, 또 '전집 문화'... 에효.. 책, 전집 만들어 파는 사람의 전집 좋소 많이 읽히시오 라는 말을 어떻게 믿고 가나? 라는 생각이고 또한 출판계를 망치는 전집 문화에 대한 반감도 크므로 이 쪽은 기본적으로 반대입장.
2. 책육아. 불량육아. 이쪽은 처음에 블로그로 접함. 책은 구하고 있으나 아직 못 구해서 (세금찬스☆ 썼으나 아직 책이 안들어옴 ㅠㅠ)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되 사이트와 특히 다를 건 없을 듯. 난 푸름이닷컴보다 안티푸름이닷컴보다 이쪽을 먼저 접했는데 우와.. 완전 빠져들어서 모든 포스팅을 싸그리 읽었다. 꼬꼬마 아가 엄마에 순딩이 아가 엄마라 찌들고 힘들고 피폐한 엄마의 맘은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홀로 육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마음을 토닥토닥 이해해 주고 카리스마 선배맘으로 확 휘어잡아 이끌어주는 이미지에 홀랑 빠져 나도 요로코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남실남실. 경험담 및 실행해 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에 의한 신빙성 및 동질감 + 이쁜아이 하*양 + 기본적으론 아이한테 극성으로 올인하지 않는 점 등이 매력이고, 자연스럽게 나를 갈고닦으며 (?) 아이를 쉽게쉽게 키운다는 점에서 빠질만한 점이 많음. 책 읽는 환경 만들기, 단계를 밟아 책 환경 제공하기, 대신 아이 팽팽 놀리기, 엄마부터 책 읽고 맘 잡기 등등이 배울 점. 특히 쇼파, 투명독서대, 거실 책장, 거실 식탁, 디비디 플레이어 등 도구 활용이 좋아보이고 나도 따라 사면 맘 편하게 좋은 환경 구축할 것 같고 전집도 따라 사기만 하면 고르는 스트레스 없을 것 같... (ㅎㅎ)
다만 푸름이닷컴에서 이어지는 책 사쟁이기, 전집문화, 아이들은 모두 다른데도 몽땅 나만 따르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은 단정과 이견을 인정하지 않는 면, FC라는 직업 등등이 조금씩 걸리기 시작하면서 아, 난 이렇게만 따라할 수는 없구나 싶은 생각이 소록소록.
블로그에서 엿보이는 '아이아빠가 육아를 도와주지 않음' 및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함' 을 극복하기 위하여 아이에게 맞을 법한 전집을 사다 쟁이는 모습은 어쩌면 주어진 상황에서 그 엄마에게 최선인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일에서 자리 잡아야 아이 미래도 펼 테니 직장에 올인해야 하는데 아이 책 한권 한권 고르고 있을 시간이 어딨냐. 그래도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 보단 책 전집으로 턱턱 들여주고 그 옆에서 맘껏 놀아라, 그러고 나서 심심하면 준비해 둔 영어 디비디 보고 책도 좀 봐라, 하는 게 그 엄마의 최선이자 최대였을 것 같긴 하다. 그게 효과가 있어서 참 잘 됐다. 그런데, 다른 엄마들도 다 이대로 해야 하나? 이대로 하는게 최선이냐? 라고 하면 그건 아닌데.
푸름이 닷컴 스타일을 추종하므로 아이에게 전집을 탁탁 안기며 아이가 원하는 대로 밤에도 새벽에도 주구장창 책을 읽어주는데, 여기저기서 '전집 문화' 및 '책의 바다' 부작용을 주워들은 나는 이게 최선은 아니다, 모든 아이에게 이런 방법을 쓰면 안된다는 게 결론. 좋은 책과 나쁜 책의 구분이 왜 없나? 단행본으로 사 모은 책 중에서도 좋은 책 덜 좋은책 나쁜 책은 확연히 구분지어지며, 좋은 단행본을 여러 권 사 모은 지금에서는 전집에 구성된 어떤 책은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짐을 벌써 느낀다.
(퀄 떨어지는 그림책 이야기로 살짝 돌자면, 그림 내용 구성 죄다 후져서 쳐다보면 어지럽다. 팔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고 미칠 것 같다. 그렇다고 비유명 그런거 아님. 열라 많이 팔리는 삐*제 리틀베이비 픽처북 전집임. 가격이라도 싸서 그나마 나았지 십만원 이십만원 주고 이런거 들어있었으면 진짜 속쓰려 죽을 것 같았을거임. 개중 맘에 드는거 두서너권 있지만 그것만 샀다 치면 권당 만원꼴임.. 이게 뭐임? 맘에 안드는건 꿍쳐놓고 아가 안보여줌. 쓰레기 이고 사는거임.)
그런 전집을 집을 채울 정도로 사주나? 엄마의 눈은 삐꾸인가? 그런 책을 내 아이한테 어떻게 보여주나? 전집 열질을 사면 그 중에 좋은 책이 후하게 쳐서 반이라고 쳐도, 후진 책도 최~소로 잡아도 1/4은 될텐데, 그런 후진책은 나도 보기 싫고 아이한테 보여주기도 싫다. 좋은 책만 읽어도 모자란 세상인데. 돈도 아깝다. 그렇게 많은 책을, 전부 퀄리티 검증된 좋은 책으로 채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면 전집으로 턱 들이는 것에 비해 나쁠게 있나? 아, 엄마의 시간과 노력이 드나? 그건 죄다 낭비고 쓸데없는 걸로 치부되던데, 책 고르면서 같이 읽으면서 엄마 안목 높아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을까?
전집 문화에 대해서 한말 더 보태자면, 무슨 근거로 엄마들이 전집 제목만 보고 전집을 탁 사는건지 잘 모르겠다. 유아교육전에 갔을 때 뭘 모를 때, 온갖 곳에서 상담 받아보고 구성 알아보고 했던 때가 있지만 도저히 구입까지 이어지지 않더라. 난 모든 구성 책 이야기와 작가와 그림작가와 퀄리티를 알고 싶고, 책 샘플도 전-부 구경하고 사고 싶은데 대~ 충 몇권 구성, 몇세엔 무슨 전집 들이세요~ 무슨무슨 영역 무슨영역 해당되는 이야기 있어요~ 이런 것만 홍보하니깐 구입까지 이어질 리가 있나. 뭘 모를 때도 그랬다. 심지어 눈 빠지게 후기 구경하고 구성 다 체크하고 산 삐*제 전집도 직접 보다보니 이렇게 후진 것을. (또 한때 '웅진 마꼬 (마술피리꼬마)' 전집을 사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실제로 볼 루트가 없어... 어딜 가면 구경하나 그런 정보도 없어. 어떤 책인지 확인도 못한 것에 80만원을 어떻게 쓰냐. 그래서 포기.)
추가로 FC라는 엄마 직업. 책육아랑 연결되면 시너지 좋을 거라는 생각은 된다. 영리한 방식이야! 같은 생각 가진 사람들 전반적인 재무 상황도 같이 봐주는 게 '조직원' 엄마들한텐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윈윈이랄까. 솔직히 나도 잠깐 조직원 되고 싶단 생각 해 본적 있음. (ㅋㅋ) 개인적으로 알아두고 싶고, 좋은 점 배우고 싶고, '개인적으론' 알아둬서 나쁠 거 없는 선배맘인 것 같음. 근데, 이렇게 떠 버리면? 안좋은 말 나오는 거 어쩔 수 없고, 세모눈 뜨는 사람 많을 거고, 따라-_- 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이거 다 본인 감수해야 하며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나가면 된다. 파르르륵 반응하고 화내고 상대방 비난할 일은 아닌 듯. 블로그로, 육아법 홍보로, 책 파는 걸로 직업관련에 도움이 0% 라곤 말할 수 없을 거고, 그러면 그런 눈초리쯤, 감수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블로그로는 어떤 생각이든 어떤 자기 논리든 펼치는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생각할 땐, 공개해 놓은 일기장인 셈이라고 치니까. 동조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 부작용은 한정적일 것이고 그 공간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일 것이지만, 책을 내면, 그러면, 그 생각은 일방통행이 되고 불변문자로 콱 찍혀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크게 미치게 된다. 그러니까 책을 내게 되면, 비판이라든가 입방아라든가 그런 것들을 엄마나, 또 그 주 이야기 대상이 되는 아이가, 더 많이 감당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 또 넘 길어져서 (2)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