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리고 아무 곳에도 트랙백을 보낼 생각이 없지만) 주변에서 시끄럽게 구는 데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어서 한마디 덧붙여 봅니다.
이글루스 쪽에는 거의 들락거리지 않는 편이라, 그 쪽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참 일이 커졌군요. DC와 네이버 쪽까지. 여기저기 긁혀 가도록 놔 두고 있는 블로그 이지만 갑자기 이렇게나 키워드 순위와 리퍼러, 방문자 수가 확 뛰다니. 식겁했네요. 일단은 관련 글 자체는 비공개 처리 했습니다만 그래도 네이버엔 걸리는 모양.. 이것 참. 이렇게나 공개적이라니. 조용히 살고 싶은데.
어쨌든 네, 제가 그 개념없는 해*판을 산 1인입니다. 원 블로그에 트랙백까지 걸어 놔 버렸으니 발뺌도 못하겠죠. ^^ 어떤 분은 판매자의 잘못 만을 따지겠다는 분도 있는데 다 같이 싸잡아서 산 사람까지 전부 개념없이 몰고 가기도 하는군요.
일단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원래 원판의 책 제목은 해체**가 아닙니다. 디**즈 이죠. 그리고 디**즈는 소설책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건 화보집입니다. 디자인북입니다. 일러스트북이예요.
원판은 크기도 크고, 매우 화려하고, 컬러도 멋진 일러스트가 가득합니다. 사실 이걸 처음 샀을 땐, 일본어의 압박을 이겨내고도 그냥 그림만 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거죠. 옆에 작게 포함 되어 있는 텍스트들도 읽고 싶었습니다. 해체**는 크기가 작아요. 흑백입니다. 일러스트 따위는 그저 확인 차, 볼것도 없는 수준이죠. 텍스트만을 겨우 번역해 놓았을 뿐인 겁니다. 일을 더 작게 벌렸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해적판이라고 부를 정도로 맞먹는 상황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오존판 같은 게 아니라구요.
사실 원작 자체가 설정과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텍스트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이런 원작을 도용하겠다고 생각했으면 아예 일러스트 자체도 찍어 내었겠죠.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엔 국내에 이런 해*판 일러스트집도 있었죠.)
그리고 해체**자체는 도저히 그것만 볼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해*판이라고, 번역을 그대로 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요, 해체**는 혼자 오롯이 완전한 책이 아닙니다. 소설을 그냥 번역한 것이 아니예요. 디**즈를 샅샅이 몇번이나 본 저도 도저히 해체**는 하나만 들고 읽을 수 없었습니다. 재차 봤을 때도 역시 그러했고요. 아마도 원판을 가지고 계시지 않은 분이 해체**만 구하셨다면 상당히 괴로우실겁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일러스트에 대한 설명, 각 부분에 대한 뒷 이야기 이기에 원본 놓고, 또 따로 책 들고 코멘트를 맞춰가며 페이지마다 대조해 가며 봐야 합니다. 실루엣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만.. 일단은 넘어가지요. 어차피 그게 있어도 그것만으론 하나도 모르겠어요. 없는거나 마찬가지. 책이랑 맞춰볼 때 좀 편한 정도더군요. 그래서 독본이다, 해설판이다, 이러는겁니다. 그래서 원판 구입이 늘어난 것이고요. 원본이 없으면 의미 없는 책입니다.
거기다가 각 설정에 따른 뒷 이야기나, 코멘트도 꽤 충실하게 달려있습니다. 직접 보신 분이 많지 않은 건 알지만, 보지 않고서는 해적판이라고 쉽게 단정짓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사실, 일부라도 번역했다면 거기에 코멘트를 달더라도 자작 소설을 넣었어도 불법이긴 한 거죠. 저작권에 대해 예민하지 못했고 아차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정합니다. 상당히 무뎠죠. 탓할 바는 못되지만 국내 기본 정서가 그렇고. 하지만 처음 마음엔, 국내에 정발이 나올 가능성은 0%로 수렴하는 상태니까. 이거 직접 읽기 골치아픈거, 누가 해석한 포스트잇이라도 붙여 줬으면 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해체**의 가치를 그렇게만 평가합니다. 원본에 덧붙여 준 포스트잇이라고.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구요. 책 자체도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고. 이건 원판의 덤, 이라고만 안일하게 생각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진 데 대해서는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천*제 님이 적이 너무 많았다는 것. 처음엔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까칠한 반응을 자주 보아왔죠. 익숙해지면 개성이려니 하지만 반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 것 같네요.
역시나 까칠한 댓글에 대한 반응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왜 그런 리플을 달았는지 심정적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만.. 역시 조금 안타까운 점입니다.
그러나 그 전엔 가만히 있던 사람이 감정이 상했다고 해서 갑자기 일을 크게 만드는지 그걸 잘 모르겠군요. 만들까 한다는 말은 상당히 전부터 나왔습니다. 겨울즈음 부터였으니까.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도 꽤 전입니다. 그리고 제 포스팅 날짜도 4월 17일. 한달 전에 배송까지 완료 된 상태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감정이 상한 사람의 까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데요, 잘잘못은 둘째 치고 이런 식으로 여론 조성해서 한 사람을 뭉개는 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실로 이런 일은 옳지 못하다, 고 생각했다면 왜 계획 단계에서부터 말하지 않았나요? 아니면 비공개적으로라도 건의하지 않았나요? 왜 완료된지 한달도 더 지나서 이제야 공론화 시키나요? 그 전엔 그런 논란이 있었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들었다면 신청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라도 했겠죠.
원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지요. 동인지를 사 본 적도 별로 없고 주위에 내 보신 분도 없으니 원가가 어느 정도인지 폭리를 취했는지 어떤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냥 그 정도 나오니까 그렇게 정했거니 했죠. (그 전에 제가 구입하고자 했던 동인지들은 보통 그 보다 비싼 가격이었기에..) 어쨌든 제가 아는 사실은 책이 300권이 넘어가면 감당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 책의 질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 없었다는 점입니다. 코멘트에 개인 해설, 자작 소설까지 덧붙여져 페이지 수도 많고, 표지의 질이나 종이 질, 인쇄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구매자는 불만 없었어요.
동인지 자체는 모두 해*판이다. 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엄격하게 따지면 그럴지도. 다들 몰래몰래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조용하게 아는 사람만 알던 일을 웹에 좍 푼 것은 '그 님' 입니다. 그것도 코멘트 하나에 발끈해서..(라고 밖에 전 생각이 안되네요.)
잘못에 잘못한 사람을 엮어 생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역시나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을 멈출 수가 없군요. 누구도 잘못했는데 왜 이쪽만 가지고 이러느냐, 이런 개념은 아닙니다만, 일이 그 이상으로 커졌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군요.
천*제 님의 뒷수습에 대해서도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넷의 마녀사냥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난 하실 분들은 정확하게 알고, 그리고 사안에 대해서만 말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