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일
Posted 2009. 3. 24. 15:00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고
아니면 어른취급 안해 넌 그냥 애기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다른 의미에서 새삼 느껴진다.
결혼을 하려면
어려운 자리에도 막 나가야 하고
맘에 없는 말도 해야 하고
가식도 적절히 떨어 줘야 하고
팔자에 없는 애교도 필수이다..
난 곰인데 아님 멍멍이인데 아님 고양이인데
은여시가 안되면 사막여우라도 되어야 하는거지
사실 사람 둘이 의견 맞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둘이 의견을 맞추는 것 뿐만이 아니고 부모님 의견도 챙겨야 하고
사이에 끼어서 마음 고생도 해야 하고
어쨌든 괜찮게 결론이 나려면 6명이 맘이 맞아야 된다는 것인데
서로 맘에 안들까 전전긍긍
말 한마디 옮기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하나하나 스트레스.
사람들은 말이 많고
보는 눈도 많고
각자 의견을 툭툭 내뱉고 하니까 신경이 쓰이고
쉬워보이지 근데 그렇지가 않다, 이게.
결혼식 하객이라든가
집들이 손님이라든가 다 눈있고 입있으니 어려울 뿐이고
나같은 경우는 회사 사람들도 다 눈있고 귀있고 입있으니 더욱 혼란이 휘몰아치고
식도 멀쩡하고 집도 멀쩡해야 하고
넘치거나 모자라면 또 말들이 많을 터다..
돈 많으면 다 쉽고 쉽다지만
돈이 얼마나 많으면 쉬운지 모르겠고 많아도 어려울 것 같고
비싼 건 비싼것 대로 안좋고 싸면 싼대로 좋기도 하고
난 결정력 장애인데 숟가락 하나 고르기도 어려워 죽겠는데
집도 골라야 하고
집은 가격도 장소도 방향도 평수도 방크기도 베란다도 부엌구조도 붙박이장도
하나같이 제각각이라 사람 헷갈리기만 하며
그놈의 집은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전에 살던 사람이며 주인이며 마음 맞추고 말 맞추는게 왜일케 힘든거며..
난 싸우는게 젤 싫은데 가슴만 두근반 세근반 뛰고
고등학교 졸업때 학교에서 선물로 받은 이름 대빵만하게 써진 조금 챙피한 도장으로
전세 계약서에 도장 꼭 찍으면서
이러면서 어른이 되는건가..
좀 있다가는 혼자 전입신고를 하고 호적을 파(;;)면서
이런게 어른이 되는건가 싶겠지.
사람 하나 얻는 길이 참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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