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환상문학 전집에서 찾았으나.. 무조건 상상문학이라고는 하기가 좀.. 그렇고.. 그냥 소설. 환상적 요소 첨가.

'젠틀맨 리그'의 그 도리안 그레이다.
원래 젠틀맨 리그 자체가 온 데가 주인공을 끌어온 것..
당췌 도리안 그레이가 누군지 몰라서.. 항상 궁금해 하다가,
환상문학 전집의 목록을 뽑아보고, 아.. 이 사람이군, 하면서 읽게 되었다.

뭐, 초상화가 대신 나이를 먹고.. 자신은 언제나 청년이라는 점은 영화와 같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았다-ㅅ-
영화에서는 느끼청년(!) 이었지만.. 책에서는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꽃총각.
영화에선.. 상반신만 그린 초상화였으나, 책에서는 전신초상화인듯 했다.. 또... 초상화를 본다고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다. 그 점이 아주 결정적!
(게다가 왜 영화에선 칼 맞아도 안죽는지 모르겠다. 그런 내용은 없었잖아 영화제작자!!)


화가 바질은 아름다운 청년 도리안의 초상화를 그린다.
그러나, '분방한 조언자' 해리경은 도리안에게 쾌락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도리안은 그에 매료되어..
아름다운 외모의 초상화는 언제까지나 그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도리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나이가 먹어.. 피부는 늘어지고 눈은 광채를 잃으며, 뺨은 푹 꺼지게 될 것이다.
청춘! 그것만이 오로지 가치있는것이라고 핸리 경은 말한다. 도리안은 언젠가 초상화가 자신의 괴로움이 될 것이라 말하고..
'차라리 초상화가 나이를 먹고 자신은 언제까지나 이대로이고 싶다'
고 말해버린다.
어찌된 셈인지 그 말은 실제로 나타나.. 도리안이 자신이 사랑하던 여배우에게 매정하게 군 날, 초상화에는 기분 나쁜 표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도리안을 대신해 나이를 먹는데..

어찌보면 정말 섬뜩하고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의 사람보다 그림으로 그려진 장면 쪽이 같은 표정이라도 훨씬 공포스럽다. 계속 흉하게 변해가는 초상화를 보는 도리안! 그러나 그 옆에 걸린 거울 속의 자신은 청년시절과 똑같다.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가 그를 죽이고 만 도리안.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죄를 어쩔 수가 없는데..
수 없는 여자를 가지고 놀다 버리고, 쾌락만을 추구하던 도리안.
그 증거는 모두 초상화에 남아있다.
도리안은 회개하고 (정말 회개한 것인지 끝까지 의심스럽지만서도)
초상화를 없애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칼로 초상화를 찔렀을때!!!!
(두둥)


오스카 와일드..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보지 못한건, 이 책이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었기 때문. 희곡등에서 더 많은 유명세를 얻고 있는 그는...
(아, '행복한 왕자' 가 그의 작품이라고..)
내가 언젠가 심심풀이로 봤던 '세기의 연인들' 에 나와있던 사람.

당췌 누구와 연인이었냐면... 알프레드 더글라스.
미청년-ㅅ- 이었다는;;
결국 더글라스와의 우정(?)으로 그의 아버지로부터 고소를 당해,
감옥에까지 가게 되고 처자식을 잃게 되었다.. 라고 하는데,
처자식도 있었단말이더냐-ㅅ-

게다가 책의 작가 소개에는..
'180을 넘는 키와 세련된 복장' 이라고 되어있고..
나른한 듯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라는데..-ㅅ-);;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을 봐도 암암리에 알 수가 있듯이,
도리안과 바질, 도리안과 핸리 경 사이에는 모종의 관계가 암시되어 있다. 특히, 핸리경은 쾌락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자신만의 설을 푸는데, 그것은 바로 결국 오스카 와일드의 사상이었던 것이다.(자신을 모델로 한 것으로 지목하기도 했다고 한다)


'탐미주의'.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중심 주제이다.
도리안 그레이는 그 사람 자체가 탐미주의의 한 표현이다.
한떨기 꽃과 같은 미청년.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그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얼마나 아름다우냐-0-)!!
그리고 도리안은 세상의 온갖 흉악한 것들은 모두 초상화에 맡기고, 자신은 아름다운 것만을 쫒는다. 원래 피아니스트였던 도리안은 음악에 심취하여 온갖 세계의 희귀한 악기들을 모으고, 세상의 보석에 대해서도 눈을 뜬다. 또.. 사제복에 대해서도.

도리안이 아름다운 것들에 빠졌다는 것 자체에서도 탐미주의를 느낄 수가 있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소설의 처음부터 '아름다운 것들을 열거' 하는 데 광장한 페이즈를 투자한다. 나는 잠시간 어리벙벙해 졌을 정도였다. 이렇게나 나열할 필요가 있는가! 살짝-ㅅ- 작품의 완성도까지 의심했을 정도.

사실 나로서는 도리안의 그 동안의 악행의 열거(!) 가 더 흥미로왔을 것이다. 어째서?? 도리안의 초상화는 그렇게 흉물스러워졌는가? 도리안은 당췌 어떤 짓을 해댄 것인가?? 그 점에 대한 대답은 거의 없다.
떠났다가 돌아온다/ 변장을 하고 선술집에 간다/ 거리의 여자는 예전에 도리안이 유혹해서 그런 신세가 된 것이다/ 이렇게 밖에....

난 그가 어떤 짓을 했길래 그의 초상이 그렇게 사악한 표정을 갖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그냥 '사악' 이란 말 한마디로는 부족하다.
그가 탐닉하게 된 아름다운 것들을 열거한 후 십수년이 지났다는 전개는.. 맘에 차지 않는단 말야..



오스카 와일드는 그런 것을 서술하는 데 별로 취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써서 독자가 흥미와 간접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열거하여, 소설 전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겠지. 그렇게 생각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책이 나온 후, 너무나도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 맞서, '예술은 도덕과는 상관 없는 것이다' 라는 주장을 편다. 어쩜 그런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도덕을 철저하게 생각하자면 온갖 예술은 나올 수가 없으니.. 가장 훌륭한 예술은 광기에서 도출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신명이든 열정이든 간에.
예술은 도덕과는 상관 없다라..
뭔가 책 하나가 나올만한 주제이다..(그러므로 여기서는 이만 생략..^^)

시대가 많이 변하고, 소설이 나왔던 시절과는 영향력이 크게 달라진 지금..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속의 약간의 비윤리 정도는 세상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사상(!). 그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자세는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소설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살다 갔기 때문에. 그는 소설을 위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생각을 쏟아놓은 글을 쓴 것이다.

작품보다 스캔들이 더 유명했다는 말을 듣는 오스카 와일드.
그러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은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
영화에서 그렇게 비열(!) 하게 나올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적어도 콧수염만 없었어도 좋았을텐데..ㅠ_ㅠ 아쉽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