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홀가분
Posted 2012. 9. 17. 18:12
그간 둘째 고민을 엄청나게.
1. 외동은 외로울지도. 난 자매님 있어 넘 좋은데..
2. 내 손자는 사촌따위 없는건가 ㅠㅠ.
3. 기대와 관심과 책임이 한 아이에게 집중되면 힘들지 않나. (내가 그렇다;)
4. 둘이 있어야 같이 놀고 내가 좀 편하지 않나 (ㅋㅋ)
5. 아가 하나 키우면서 쌓인 물건들 둘째 써야 되지 않냐
6. 나름 아가 키우면서 쌓인 노하우들을 이대로 썩혀야 하나? 하나 더 낳음 진짜 잘할 것 같다.
7. 아가 어릴 때 넘 이쁘다 하나 더 갖고싶다 ㅠㅠ
등등의 이유로 둘째를 엄청 생각했는데..
일단 현재 있는 물품들 이용 + 둘이 잘 놀 터울 + 내 몸상태 등을 봤을 때 2살 터울이 베스트.
따라서 아가 15개월이 된 9월부터 올해 겨울 내로는 쇼부를 봐야 한다는 결론.
그러나 둘째가 어려운 다른 이유들도 있었는데..
1. 아가 하나 더 키우는데 돈과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2. 직장은 때려쳐야... 아님 친정엄마한테 의존해야 한다.ㅜㅠ
3. 내 몸상태가 메롱이 될 것임
4. 무사히 태어날 때 까지 넘 각종 걱정을 달고 살고 노력도 많이 해야
5. 그 무션 출산을 다시 겪어야 함 ㅠㅠ
6. 곰돌씨는 그닥 둘째 생각이 없음. (3.4번이 주요 이유인듯. 5번에서 맘 졸였던 그거 다시 겪기도 무서운 듯)
7. 친정엄마도 하나만 낳으라고. (역시 3.4번. 그리고 5번.)
8. 첫째한테 둘째는 첩. 꼬마곰이 찬밥이 될 것임. (꼬마곰 완전 애정하는 친정엄마 걱정도 이거 ㅋ)
9. 둘 키우느라 죽어 날 것임 ㅠㅠ (하나 키우면서 임신기간 보내는 것도 대박 힘들고, 신생아 기간 지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10. 둘이 싸우면 으 완전 골치.
11. 출산휴가 육아휴직 맘편히 할만한 회사 사정+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음.. 그래도 난 단점들은 전부 커버할 만큼 둘째가 필요하다고 봤다. 돈 드는거야 하나 키우나 둘 키우나 그렇게 차이 날까 싶고, 조금만 키워놓으면 자기들끼리 노는게 낫지 않나 싶고. 동생은 인생 최고 친구가 되거나 든든한 보루가 될 텐데 싶고, 둘째 생겨도 꼬마곰한테 요래요래 잘 해 줄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그랬는데, 주말동안 열심히 생각한 결과 그냥 둘째는 안낳아도 되지 않나 하고 마음의 정리를 함.
그래도 왠지 어렸을 때부터 난 아들아들 엄마가 될 것 같다, 생각했고 둘째도 낳으면 왠지 아들이다, 생각이 들고. 둘째, 생각만 하면 꼬마곰보다 조금 더 성질 있고 좀 더 많이 울고, 나랑 자매님 관계랑 비슷한, 꼬마곰이 동생이, 작은 아가가, 아.. 너무 품에 안은 듯이 그려져서.. 엊그제 꼬마곰 아가 내복 정리하면서도 이걸 다시 입을 둘째가 손에 잡힌 듯이 그려져서 좀 힘들었다.
시댁에서도 별로 둘째 푸쉬는 없다. 곰돌씨가 장남이지만 꼬마곰이 아들인 관계로 아들 푸쉬도 없고. 안낳겠다 하면 좀 섭섭해 하시겠지만 그걸 티내실 분들도 아니고. 지금까지도 너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 라는 말씀이고. 곰돌씨 동생들도 앞으로 결혼하고 그럴 예정이니까 두셋 이상 또 손자손녀가 생기실 듯. 딸 귀한 집이라 손녀 기대가 좀 있으실 순 있으나 ㅎㅎ
결정적으로 형제 생기지만 둘째 낳고 키우느라 엄마 몸이 상해서 꼬마곰을 못 챙겨주는거 VS 형제 없이라도 엄마가 최대한 곁에 있어 주는거 비교하면 그냥 옆에 있는 게 답이지.
곰돌씨가 둘째 저어하는 이유도 이해는 간다. 그냥도 위험하고 무섭고 그런 임신 및 출산인데 나름 고위험산모라 대학병원에 들락날락, 정밀초음파에 막판엔 입원, 유도분만 등등.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 (개인적으론 다 극복하고 건강+이쁜 아가를 만날 왠지 모를 근자감이 있긴 있었는데 ㅎㅎ)
그래서 나도 음... 그래, 이제 고만 고민하자 싶어서 깨끗하게 맘 정함.
둘째 고민 하는 것도 나한텐 사치다. 건강하게 열심히 사는 게 일차 목표고 아가 하나 낳은 것만 해도 초 감사한 일이라는 거, 알긴 아는데, 다복한 사람들이 자꾸 부럽긴 하다. 그래도 맘 정한 건 정한 것. 별일 없음 둘째 이야기는 이제 고만 할까 한다.
맘 정하고 나니 좀 홀가분하긴 한데, 집에 쌓인 아가 물건은 다 어찌하냐..
도련님들 내 자매님은 왜 내가 결혼한지 4년차가 되도록 아무도 시집장가 생각들이 없지? (자매님 30, 도련님들 32 34들임..) 금방 후발주자가 생겨 이것들을 몽창 물려줬어야 내 둘째 타령을 안했을 것이 아닌가 ㅠㅠ 다들 나쁘다 ㅠㅠ 결혼할 사람들 집에 데려온 분도 없으니 후발주자 아가를 보려면 한 3~4년 남았나? 그때되면 아가용품도 트렌드가 다 바뀔텐데, 그 전에 벼룩으로 다 팔아치워야 되나, 그때 돼서 다시 사서 선물해 주는게 나으려나 싶다. 으으.. 나한테도 아무도 물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다 사느라 고생했는데, 물려줄 사람도 없어 죄다 팔고 처분해야 하게 생겼음.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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