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이다展
Posted 2007. 4. 26. 23:24"이다이다展, 다녀왔습니다."
이다 홈페이지 - http://www.2daplay.net
최근엔 왠지 인터넷 서핑도 잘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종종 들르던 이다님 홈페이지에도 가 보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어제 밤 들렀을 때 알게 된 전시회 소식에 깜짝 놀랐고..
다음 날이 바로 마지막 날인 25일.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시간은 단 두시간 뿐.
종로에서 삼청동에 갔다가 다시 종로로 와야 하는 빡빡한 일정..
삼청동은 어째서 교통이 이렇게나 안 좋은 것인지..
(11번 마을버스도 정말 초 스피드이고.. 위험해..)
몸이 안좋고 잠이 쏟아져서 되도록이면 걷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미치게 많이 걸었다.
돌아올 때는 청계천도 걷게 되어 버렸다. 죽는 줄 알았어..(졸려서)
일단은 안국역에서부터 삼청동까지.
날씨는 참 좋았다.
장남감 박물관의 장난감들도 인사해 주었고,
아무 의미 없는 길거리 풍경에도 맘이 둥둥.
사람도 별로 없이 조용한 아침의 삼청동.
드디어 갤러리 biim 에 도착.
유리창을 통해서 본 이다 피규어....??
도착 시간은 11시.
제일 처음 관람객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들어가면 이렇게.. 전시되어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봤던 것도..
이다의 전시회에 간 것은 처음.
사실은 홈페이지에는 꽤 오래 전부터 들렀었다.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한 5년 전 정도..
동갑. 같은 여대생.
같은 시간에 비슷한 것을 고민했다.
위로받고, 감동받고, 즐거웠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던 것 같은 시간.
드디어 내 쪽에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게 되었다.
단지 한 사람의 관람객으로서일 뿐이었지만.
아래 쪽은 이렇게.
정말 사진 많이 찍어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겉핥기로만 찍다니..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진다.
전시회의 느낌이라곤 1%도 못 살리고 있잖아.
다이어리 스캔보다 실제로 보는 게 100배 좋다.
내 사진 보다는 1000배..ㅠ_ㅠ 아쉽다.
안쪽 벽 한 칸에는 스케일이 큰 그림들이.
2층에서 봤던 것 같다.
고즈넉한 갤러리에 나 혼자.
하나 하나 감상하면서 이다와 마주 대하는 듯 한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마주했지만 처음엔 왠지 정말 수줍어서 말도 못 붙이고..;;)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보면서 빙긋 웃기도 하고.
같은 외로움과 고민에 가슴이 찔리는 것 같았다.
우는 아이.
2층에서 보게 되어 있는 그림.
스케일이 크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
1층에서 올려다 보면 너무 높고
2층에서 보면 은근히 멀어서
가까이 가고 싶어 안달하게 되어 버리는 상태였다.
2층 벽에는 작은 액자들이.
하나 하나 다 업어 오고 싶은 작은 작품들.
걸려 있는 모양도 너무 예뻐서 감동.
액자에까지 그림이 있다.
어떤 작품은 액자 모서리에도.
자유로워. 그런 걸 많이 느꼈다.
다이어리 있는 곳은 사진을 못 찍었는데..
2002년 부터 다이어리의 원본을! 볼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정말..
넷에서 보던 것 보다 100배 좋아서.. 정말.
감동 받고 말았다.
실물이야! 진짜다! 이다씨가 직접 그린거다!
손 대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잡지도 못하고
손톱으로 살살 넘기고..
정말 보물 같은.. 세상에 하나 뿐인 다이어리를
일반에 공개한다는 게 대단해.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정말 초 스피드로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봤던 건 막 패스하고.)
읽는 동안 정말 행복하고 찡했다.
시간이 계속 흘러가서 결국 다음 일정에 늦어버렸는데도,
오길 잘했어,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를 포근하게 감싸는 음악과 함께
혼자 조용히 앉아서 네 권을 전부 봐 버리는 동안
기분이 붕 뜨기도 하고 착 가라앉기도 하고
가슴이 날카로운 것으로 후벼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밤의 방.
정말 정말 업어 오고 싶었던 밤의 방.
(그러나 이미 데려가실 분이 있었던 듯.)
좁은 복도에 걸려 있었는데 정말 계속 계속 들여다 봤다.
반짝 반짝 빛나요. 아름다워요.
딱 눈 앞에 있으니까 너무 만져보고 싶은데
손이 올라가는 걸 참느라고 너무 힘들었다..^^;
(근데 정말 이 사진은 특히 양심이 없구나..ㅠ_ㅠ
발로 찍은거다 발!! )
아.. 나 왜 사진을 이것 밖에 안 찍은 걸까..
역시 시간에 쫒기느라 다이어리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이다 님이 문만 열어두고 나가서 나 혼자 있었을 때
더 많이 찍어 놨으면 좋았을 걸..
혼자 감상에 멍해져서 그러질 못했다.
12시가 지나서 나올 때쯤 되어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정말 좋았던 작품이 더 많았는데
더 눈에 새기지 않은 것도 후회된다.
이제와선 내가 뭘 봤나 싶으니 참..
그 때의 마음만 기억할 뿐.
이다님이 엽서에 슥슥 그려준 그림.
가기 전부터 뭔가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는데 여의치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혹시 싫어할지도 모르니까..ㅠ_ㅠ (소심함)
갖은 고민 끝에 다즐링 홍차로 결정.
난 정말 좋아하는 건데.. ㅠ_ㅠ 통도 예쁘고.
(원래는 오후의 홍차를 드리고 싶었어요)
몇 장 남지 않은 엽서를 집어 들고
뭔가 또 인형을 만드시는 듯한 (철사를 구부리고 있는..)
이다님께 선물을 전하고..
이다님이 엽서를 달라고 해서..
뒷면에 펜을 꾹꾹 눌러 그림을 그려주었다.
아.. 이렇게 해서 이다 캐릭터가 그려지는구나.
정말 빠르게 그린 그림.
이름을 묻는데 본명은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D로.
Candy 라고도 도저히 말할 수 없어..
(닉이 증식한다)
말을 걸 때 왠지 정말 떨렸어.
요즘 겹치고 겹친 일들에 왠만하면 떨지도 않는데
손이 달달 떨릴 정도로 떨렸어요.
그리고 이다님은 이쁘셨다..
언젠가 봤던 동영상이나 사진이랑 비슷한데
그래도 훨씬 예뻐지셨다..
목소리도..
(사실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워낙 기억력이 나쁘고 흥분 상태였던 관계로..)
사실은 만드신 인형도 보고 싶었는데
이번 전시회엔 없는 모양.
아.. 실제로 보고 싶다.
언젠가..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다씨, 고마워요.
전시회 해 줘서 고마워요.
계속 그림 그려줘서 고마워요.
이런 고민 하는 것, 나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요.
빡빡한 일상 속에서 정말 좋은 시간 보내게 해 줘서 고마워요.
꿈을 잃은 나에게 꿈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지켜만 보고 받기만 하다가 이제야 손 내밀어서 미안해요.
난 한마디도 안하고 이야기를 듣기만 해서 미안해요.
이제야 한 마디 꺼내게 되었네요.
전시회, 즐거웠습니다.
계속, 계속 그림 그려주세요.
- D -
- Filed under : 캔디냥 이야기/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