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샤방한 삶-_-!

Posted 2002. 10. 21. 20:27



...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유머 중,
법대생에 관한 것이 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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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법대생들......
일반적으로 2학년이 되면 형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2학년2학기나, 3학년1학기가 되면 형법각론에 들어간다.....
그러면 시작되는 고통....

학생 1 : 야~~ 너 살인 했냐?

(그대는 형법 250조의 살인죄에 대한 공부를 하였느냐?)

학생 2 : 아니...아직.....

지나가던 넘 : 헉~~

학생 1 : 자식... 아직 그것두 안하구 모했냐?

학생 2 : 넌 했냐?

학생 1 : 난 존속살해까지 끝내구 이제 낙태하러 가잖냐....

아까 그 지나가던 넘 : 으~~~~ 112...112...112.....



............



도서관 휴게실...

학생1 : 야.. 너 강간했냐?

학생2 : 응... 강간은 쉽던데?

옆에 여학생 : 허거덕....

학생1 : 강간은 그래도 간통보다는 쉽지....

학생2 : 어~ 너 간통도 했냐? 빠르다.....

(저자 주 : 강간은 개인에 대한 범죄, 간통은 사회에 대한

범죄로 분류되므로 - 형법전상의 분류에 따르면... 일반

적으로 강간을 먼저 배우고 그 후에 간통을 배우게 된당.)

학생1 : 강간은 쉬워서 그런지..1시간 했더니..강간치상이랑

강간치사 까지... 한큐에 끝냈어...

학생2 : ~~~ 장난아닌데.....

옆의 여학생 : (생각만... 이론~~ 자리 잘못잡았다...)

학생1 : 아, 너 낙태는 끝났지?

학생2 : 당근이지....

학생1 : 나 낙태하는 법좀 가르쳐줘... 어려워 죽겠어....

학생2 : 그건... 나보다 XXX가 잘해....10번도 더했을껄....

학생1 : 잘됐다.. 그놈 어딨냐?

여학생 : (울어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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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대충 이런 것이다...

지금 2학년 2학기. 형법 각론을 들어갔는데... 흠..
형법을 배운 건 첫 학기가 아니지만,
그런데도 전 학기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총론은 이론이고,
각론은 실제로 사건이 나오니까.


법대생의 괴로움은 여러 가지.
일단 고리타분(!)한 이미지에,
머리를 쓰면서 논리를 짜야 한다든지,
공부의 양이 너무 많다든지,
교과서가 너무 다들 무겁다든지,
토씨만 빼고 다 한자로 되어있다든지,(이건 요즘 많이 나아진듯;)
우리 학교 같은 경우, 다들 기피하는 산 꼭대기에 건물이 있다든지..
뭐뭐, 이런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난, 지금까지 법학이란 걸 공부하면서,
이렇게 큰 한숨을 내쉬어 본 적이 없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은 있지만 역시, 해 보면 재미도 있는 공부이고,
아, 이건 이런거였군!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요건 요렇게 하면 다들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된다.. 는 식의
논리 정연함이 그래도 공부 하는 중의 즐거움이었는데...



음.. 역시, 다른 과목이랑 비교해 볼때,
형법을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서도.
(싫어하다니.. 표현이 너무 부족하다.. 끔찍하오-!!!)
일단은 총론 때의 완전 탁상공론이 너무 지겨워서 그랬던 거다.
아니, 그걸 따져서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결국은 다 비슷비슷하구만, 그걸 다 하나하나 썰을 나누다니..-_-^
(....이러는거 교수님들 들으시면 나 묻힌다.. 쉿-_-;)







오늘 아침의 시험은 형법각론.

비가 주룩주룩 오는 걸 뚫고 시험을 보러 가서..
객관식 40문제의 시험지를 받아 푸는 중에,
정말 정말 한숨이 나와버렸다.

아,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어야 되지? 라는 생각.



뭐, 형법을 공부하는 게 세상에 쓸데없어서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쁜사람들은 잡아 처넣어야지, 암.
벌도 줘야지. 그럼 그거 정해놔야지. 억울한 사람 없게 잘 정해야지.
필요해. 필요해. 있어야 되는 것.

.. 그런데 난 그걸 하기가 너무 싫더라.. 이 말이다...



난 세상에서 아방샤방한 것만 하고 살 줄 알았어.
법 공부를 해도, 나름대로 지금까지는 험한거 안 했으니까,
별로 세상이 무섭거나 하지 않았어.
그치만.. 형법을 하고 나니까.. 그 끔찍한 사례들이 열거된
시험문제지를 받고 나니까,,
전공 선택에 갑자기 회의가 밀려오더라는 거다.


내가 그냥 인문영역을 갔으면 이 꼴을 봤을까?
음악이나 미술을 했으면 이 꼴 안봤겠지.(아마도.. 모두 '아마도'다.)
경영이나 경제를 했으면 이런 사례들이 널려있는 문제지는 안 받아도 되겠지.


왜 내가 학업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험한(!)취급을 받는,
그런 걸 공부해야하는지 당췌 적응이 안 되더라는 거다.







... 우리 학교 형법 교수님 세분 중 두분은 남자분이다.
내가 배우는 교수님은 여자 교수님.
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실은 별로 강인해 보이진 않으신다.
그냥 길가다 만나면 착한 아줌마(^^;)의 느낌이랄까.
오늘은 옷도 아가씨처럼 입고 오셔서, 복도에서 만났을 때
그냥 학생인 줄 알고 인사 안 하려고 했을 정도. 그런 분.

그런데 이 분이 형법을 전공하셨다는거다... 윽.. 어떻게 그럴 수가..


총론 배울 때 부터 좀 그랬었다.
좀 험한 사례같은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면,
학생들은 깜짝깜짝 놀라고, 그랬다.
^^; 별로 그럴 분 같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 분도 수업 중에 말씀하시길,
연구를 하려고 관련 사례 같은걸 수 없이 뒤지다 보면,
정말 세상에 끔찍한 일이 너무나 많아서..
며칠동안 밥도 못 먹게 되고, 그렇단다.
ㅠ_ㅠ 뭔가.. 갑자기 정말 슬펐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본 것 같은.
교수님 같은 분은 별로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어찌 형법전공을 하시는지.



나도 지금은 사례 하나를 보고서도 한숨을 쉬지만,
그런 끔찍한 일을 보고 보고 또 보다 보면,
언젠가 무지하게 무뎌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날이 오겠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에 옆에 있는 사람이 깜짝 놀라는,
그런 날도 올거야.

.. 그래도 지금은 그게 무지하게, 정말 무지하게 맘에 안 든다.







생각해보면 형법은 세상에 끔찍한 일을 다루고,
민법은 서로 지꺼라고 싸우는데 껴들어서 훈수놓고,
헌법은 정치가들 좋은 짓만 하는 듯 싶기도 하다.


아아-_- 생각해보면 뭔가 엄청난 회의가 밀려온다.
휴~~~~~우~~~~~~~~~~(-o-)=33333

.... 그래도 난 또 상행위에 훈수놓으러,
상법 공부하러 간다-_-v
금요일에 또 시험이니까.
이건 그래도 좀 시험 보는 기분이 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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