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곰맘 이야기/꼬마곰 이야기
아가 소회
캔디냥
2012. 4. 26. 17:19
평범하게 때 되면 결혼하고 결혼했으니 아가도 낳고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가를 낳고 이제 1년 가까이 되다 보니 순간순간이 모험의 연속이다. 사람은 혼자 크는 게 아닌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손이 가고 매사를 결정해야 하다니. 이건 세상 살면서 맞닥뜨렸던 모든 것 중에 최고의 도전. 기저귀 젖병같은 기본적인 것 부터 아기침대 유모차같은 덩치 큰 것, 또 손톱가위나 면봉같은 사소한 것까지 엄마아빠가 하나하나 준비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결혼할 때 알았지만, 아기를 준비하는 일은 더욱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물려받을 곳도 준비를 물어볼 곳도 전혀 없어서 아이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준비해야 하는 게 더욱 힘들었다.
낳아놓으면 그냥 크겠지 하는건 대단한 착각으로, 순간순간 눈 뗄 수 없이 배고픈 것 기저귀를 적신 것 심심한 것 불편한 것 그때그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산넘어 산이었다.
아기는 너무 예쁘고 자는 모습은 천사같고 방긋 웃어주면 피곤도 사르륵 녹았지만 알 수 없이 왕왕 울고 뭘 원하는거니 왠지 잠도 잘 못자고 잘 못먹고 하면 맘이 아프고 두시간에 한번씩 깨어나야해서 잠을 못자는 날이 이어지니 눈 밑은 점점 다크서클이 늘어갔다.
백일까지는 모유도 젖병도 잘 먹어서 착하다, 착하다, 했더니 백일부터는 젖병 완전 거부. 빼도박도 못하는 직수. 떼어놓고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엄마껌딱지.. 젖이 풍족하면 또 몰라 은근 부족하니 두시간마다 찡찡 밤에도 징징징 나는 점점더 퀭..
그러다가 만 6개월 되던 날 갑자기 젖병 빨기 시작해서 그날아침에 직수 중단. 유축해서 먹일만큼 먹인 다음에 모유 중단.
그땐 젖먹이 우리 아가 뚝 떼어놓고 맘이 무지 아팠는데 그런건 며칠만에 사라지데... ㅋㅋ
그때쯤 아마 쌀미음 감자미음 같은거 먹여보고 안먹으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정신 팔리게도 해보고 얌얌얌 수십번을 하고
나름 순하고 착한 아가였는데도 지금까지 요래 힘들었다.
복직때는 또 어땠느냐 하면 한달 전부터 매일매일 아가 보면서 맘이 아파서 이 쪼꼬만 너를 어떻게 두고 직장에 나가냐 친정엄마한테도 맘 놓고 맡겨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아줌마를 구해서 너를 맡길것이냐 우리 작고 이쁜 아가야를.. 생각하면서 눈물바람도 여러 번. 그래도 맘을 굳게 먹으니깐 어떻게든 되드라. 시터 아주머니를 구하고 같이 보다가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하고, 또 이런저런 일이 있고 두달만에 또 다른아주머니로 갈아타고 그 사이에 또 아가가 적응하니 마니 하면서 불쌍하다 안됐다 그래도 괜찮지 토닥토닥 빙글빙글 돌면서 눈물바람의 연속.
그래도 어떻게 저떻게 새로운 아주머니도 나름 괜찮고 좋은 분이라 아가도 꺌꺌 잘 웃으면서 힘내서 씩씩하게 지내고 있지..
마알간 아가 얼굴 보면 맘이 복잡하면서도 사르륵 한다. 잉잉 울지 않고 재밌고 행복한 것만 하면서 지내게 해 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