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냥 2002. 11. 18. 01:11




'도대체 왜?

좋아하는데 심장이 아픈거지?'




강경옥의 만화 [라비헴 폴리스]에서 주인공 '하이아'는
조금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엄~청나게 단순하다고 해야하나,
상황을 그대로만, 직선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도시 '라비헴'의 경찰인 하이아는,
남자 파트너인 '라인'이 있는데...

..하이아는 라인과 이야기 하거나 라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 증세가 생긴다.
심장병이라고 믿어 병원에 찾아가는데....




.....


[좋아요, 됐어요.
심장엔 잘못된 곳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도 주기적인 통증이 있다니....
혹, 총격전 같은데서 크게 놀란 적은 없어요?]

[아뇨.]


[...대체로 어떤 때 아파요?]

[확실히는... 음....
그래요. 주로 얘기할 때나 생각할 때.]


[...무슨 얘기할 때지요?]

[특별히는....]


[주로 누구와 얘기하는데요?]

[제 파트너요.]


[... 파트너라고요?
경찰이랬죠. 여자 파트너가 얘기할 때 신경을 건드려요?]

[...남자예요.
예.. 신경이 쓰이긴 쓰여요.]


[...남자라고요...?
자! 하이아양, 이제부터 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해요.

혹, 가슴이 아플 때 꼭 그 남자와 연관이 있지 않나요?]

[...네!](열심임)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죠?]

[네!]


[그의 모습을 보면 순간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리죠?]

[네!]


[그 남자를 좋아하죠?]

[네!]


[계속 옆에 있고 싶죠?]

[네!]



[... 그런데도 모르겠어요?]

[뭘요-_-?](뭔가 대단한 걸 물어보는 것 같은데...)


[... (하긴 알면 검사받으러 여기까지 안 왔겠지..)
이건 내 분야가 아녜요, 하이아 양.]

[예? 그럼 어느 과로 가죠?]


[글쎄요, 굳이 들자면 정신과지만,....]

[...(심장이 미쳤나=0=)]


....


[당신은 지금... 음~병으로 치면
사람을 좋아해서 생긴 상사병에 걸린 거예요.

그 때문에 심장이 아픈 거죠.
정확히 얘기해 가슴이 아픈거예요.
(설명을 해야 아는 사랑이라니...;;)

그의 말, 언동 하나하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통이 된 거죠.]


...


[...사랑하는 건 좋은 일이라는데
왜 고통이 되어야 하죠?]

[어려운 질문인데. 하하...
아마도 소유욕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럼 소유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그러면 또 심장이 아플 걸요?]





............................................................



사랑을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슬플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고.


심장이 쿡쿡 쑤시도록 가슴이 아픈 때도 있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과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들 때도 있고.


이런 건 다 갑자기,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생각만 하면, 모습을 보기만 하면,
그냥 그냥 갑자기 저절로 그런 거다.
(이유 같은 건 없다구-0- 왜? 라고 물어도
대답할 수 없는게 당연하잖아. 왜인지 나도 모르는데.)






음.. 그 후로 하이아는
'오래 살고싶다-!'는 이유로 라인을 피하는데..

그래도.. 만나면 심장이 아프긴 하지만..
수명에 지장이 있긴 하겠지만,
..꼭... 오래 살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다 아픈거라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리는 게 낫겠어. 그렇지?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났다. [라비헴 폴리스]의 장면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강경옥님-0-!
무지이이이 옛날에 옛날 책으로 읽었는데도
계속계속 생각이 나서, 결국 재판된 책을 사 모아 버린,
[라비헴 폴리스].

어쩌면, 나도 하이아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보고 보고 또 봐도 안질린다..ㅠ_ㅠ 명작이야.. 흑흑흑...
너무 좋은 작품, [라비헴 폴리스].